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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너로 살고 있니 - 김숨

    “바늘의 문장으로 산맥을 창조했다”(소설가 권여선) “한국에 가장 절실한 소설”(소설가 정세랑) “범접할 수 없는 깊이와 내밀함”(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권명아) “가히 달인의 경지다”(한국일보)라는 표현은 최근 작가 김숨의 소설을 향한 말들이다. 일찍이 한 문학평론가는 “바늘 한 땀과 한 땀 사이, 그 고르지만 영원히 포개질 수 없는 차이에 작가가 인간을, 세계를 말하는 방식이 있는 듯하다. 한결같지만 다른 숨, 그 숨들의 기록”(문학평론가 정홍수)이라고도 했다. 한결같지만 다른 숨, 편지소설 『너는 너로 살고 있니』로 다시 김숨이 찾아왔다. 
    1997년 등단한 이래 6권의 소설집, 9권의 장편소설을 써낸 작가. 동리문학상 수상작인 『바느질하는 여자』에서는 손가락이 뒤틀리고 몸이 삭도록 바느질을 하는 여자에 투영된 2,200매에 달하는 문장을 짓는 작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L의 운동화』에서는 한 개인의 사적인 물건이 시대의 유물로 변모하는 과정을 통해 짓밟히고 부서지고 사라진 것들을 되살리고 기억하려는 마음을 복원하고자 했다. 『한 명』에서는 끝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의 아픔을 온몸으로 써내려가며 개인과 공동체, 기억과 미래를 생각하는 방식을 한국문학에 선물했다. 최근 동물과 이혼을 소재로 한 2권의 소설집에서는 지금 이곳에 선연한 여성적 감각으로 시대를 묘파해냈다. 이러한 개인과 시대를 향한 작가의 여정은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까지 평단과 독자의 지지와 신뢰를 받기에 충분했다. 


    너는 너로 살고 있니 - 10점
    김숨 지음, 임수진 그림/마음산책
    『너는 너로 살고 있니』는 작가의 믿음직한 행보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만하다. 고대의 능이 삶의 고락을 가로지르는 도시 경주로, 한 번도 주인공이 된 적 없는 무명의 여자 배우가 11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한 여자를 돌보기 위해 깃들며 시작되는 이 소설은 560여 매가량의 편지 형식이다. 살아 있어도 죽은 듯 삶을 영위했던 ‘나’와 죽어 있으나 여전히 살아 있는 듯한 ‘그녀’가 교감하는 이야기들, 병원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들이 작가 특유의 문체로 촘촘히 수놓인다. 삶과 죽음, 젊음과 늙음, 육체와 정신, 여성성의 문제들이 9개의 장으로 나뉘어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관한 은유로서 한 편의 산문시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특히 주목받는 신예 화가 임수진은 목판화가 주는 질감과 색채로 이 책의 예술성을 한껏 드높였다. 24점에 달하는 목판화들은 고유의 서정으로 소설이 구현한 상상력을 극대화, 풍부한 미적 쾌감을 선물한다. 
    마음산책은 그간 박완서 작가의 『세 가지 소원』, 정이현 작가의 『말하자면 좋은 사람』, 이기호 작가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를 통해 짧은 소설이라는 장르의 매혹성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왔다. 짧은 이야기 속에 담긴 긴 여운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일구어가는 화가와의 협업으로 예술성을 높인 책들에 많은 독자의 사랑이 이어졌으며, 이후 이기호 작가의 가족소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를 펴내면서 짧은 소설의 문학적 스펙트럼을 넓혔다. 『너는 너로 살고 있니』는 마치 미야모토 테루의 『환상의 빛』의 정취를 연상케 하는 고즈넉한 편지소설 형식으로, 이로써 좀더 새롭고 신선한 문학의 장을 마련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