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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줄라 - 몬태나 대학교 성폭행 사건과 사법 시스템에 관한 르포르타주

    존 크라카우어는 산악가이자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다. 특히 에베레스트 등반 경험과 당시의 참사를 생생하게 전한 책 『희박한 공기 속으로』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는 이 책으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미국문예아카데미 문학 아카데미상을 수상한다. 감정적 편향 없이 절제된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치밀하고 다각적인 묘사로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하는 그의 글쓰기는 논픽션의 모범으로도 평가받는다. 『미줄라』 역시 방대한 서면 자료와 인터뷰 내용을 세심하게 재구성함으로써 독자에게 사태의 전모를 입체적으로 제시하는 데 주력한다. 
    성폭행 피해 여성의 80퍼센트 이상이 신고하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다. 강간, 특히 지인에 의한 강간은 신고율이 가장 저조한 범죄이다. “왜 많은 성폭행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까?” 크라카우어는 바로 이 질문을 움켜잡고 미줄라의 사건 속으로 들어간다.


    미줄라 - 10점
    존 크라카우어 지음, 전미영 옮김/원더박스
    미줄라(MISSOULA).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몬태나 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인구 7만 명. 학생 1만 5000명, 교수진 800명에 달하는 몬태나 대학교가 도시 전체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대졸 이상 고학력자 비중이 약 42퍼센트로 미국 평균치인 28퍼센트를 훨씬 웃돈다. 몬태나 주에서 민주당원 비율이 유독 높은 자유주의 성향의 도시다. 하지만 로키 산맥 지역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백인 거주자 비율이 압도적이며(92퍼센트), 무기 소지 자유와 연방정부 역할 제한을 열렬히 지지한다.
    몬태나 대학교 미식축구팀 그리즐리(약칭 그리즈)는 미줄라 사람들의 자부심이다. 팬들은 자신들을 ‘그리즈 네이션’, 미줄라를 ‘그리즐리빌’이라고 부를 정도다. 하지만 2010~2012년 일련의 강간 스캔들로 팀 명성이 흔들리고, 미줄라는 ‘강간 수도’라는 오명을 얻는다. 미줄라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이 기간 미줄라의 강간 사건 발생 건수는 비슷한 규모의 다른 도시 평균을 넘어서지 않는다. 강간 사건에 대한 사법기관의 처리 방식이나 지역 주민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미줄라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크라카우어는 가까운 지인이 어린 시절 또래 친구와 가족의 친구에게 성폭행 당한 피해자였고 그로 인해 서서히 삶을 망가뜨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이 얼마나 성폭력에 관해 무지했고 무관심했는지 통렬히 깨닫고서 이 주제에 대한 취재를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만난 것이 바로 몬태나 대학교 강간 스캔들이다. 그는 성폭행 문제에 대한 지극히 평균적인 인식과 그로 인한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곳의 이야기를 전하기로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