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reaking News

    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피크닉 말입니다. 숲, 시골길, 풀밭을 떠올려 봐요. 차가 시골길에서 풀밭으로 들어가고, 차에서 젊은이들이 내리고 술병들, 음식이 담긴 바구니들, 아가씨들, 트랜지스터라디오, 카메라들이 나옵니다…… 장작불이 타오르고 텐트가 세워지고 음악이 흐르지요. 그러다 아침이 되면 이들은 떠납니다. 밤새 공포에 떨며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던 동물과 새, 벌레들이 자기 피난처에서 기어 나옵니다. 그때 이들이 보게 되는 건 뭐겠습니까? 풀밭에는 자동차 엔진오일이 흐르고 벤진으로 흥건하며 쓸모없는 양초와 오일 필터가 사방에 버려져 있겠지요. 헌 옷이 널브러져 있고, 수명을 다한 전구가 뒹굴고 누군가는 렌치를 버리고 갔고. 어떻게 생겨났는지 모르겠는 늪지에는 타이어 자국이 새겨졌고…… 그러니까, 불 피운 흔적이며 사과 찌꺼기, 사탕 껍질, 통조림 캔, 빈 병, 누군가의 손수건, 누군가의 주머니칼, 오래되어 찢어진 신문, 동전들, 다른 들판에서 온 시든 꽃 같은 것들을……”
    “압니다, 노변의 피크닉이죠.”
    “바로 그겁니다. 우주의 노변에서 열린 피크닉. 그런데 당신은 그들이 돌아올지 아닐지를 나에게 묻는군요.”


    노변의 피크닉 - 10점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현대문학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소비에트 SF 작가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전설적인 고전 『노변의 피크닉Пикник на обочине』(1972)이 현대문학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한국에 형제의 작품이 첫선을 보인 후 거의 30년 만의 사건이다. 이번 한국어판 『노변의 피크닉』은 스탈케르출판사의 2003년판 「스트루가츠키 형제 작품집」 11권 제2쇄(2차 수정본) 원고를 저본으로 삼았으며, 1977년 맥밀런출판사 영역판에 실린 「시어도어 스터전 서문」과 2012년 시카고리뷰프레스 영역판에 실린 「어슐러 K. 르 귄 추천사」, 그리고 2003년 동생 보리스 스트루가츠키가 펴낸 회상록 『지난 일들에 관하여』의 『노변의 피크닉』 부분 「후기」를 함께 수록했다.